운명비판 운명예찬론
殞命批判 運命禮讚論
¹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²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목차
- 휴항
- Hermaion
- 표류
- Avrio
- 난파
- 파도치듯 부는 바람이여
- 동틀 녘의 별에 닿기를
- Epokhe
시리즈 비밀번호: 220614
자, 지금부터 당신에게 묻는다.
이곳에 어떤 자가 있다. 모든 가정을 실현하고 절망에서 사랑을 끌어올리는 자가 있다. 세상은 그자를 영웅이라고 부른다. 세상은 영웅이 해낸 일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영웅이 지나간 곳에는 희망이 서린다. 영웅은 용기를 북돋는다. 영웅과 함께한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는 신뢰가 생긴다. 이것은 신화의 실존인가, 어느 위인의 전기인가?
혹자는 영웅의 발자취를 ‘운명’이라고 불렀다. 가혹한 시련에 맞서 끝끝내 생명을 태워 희망에 불을 지피는 운명. 따라올 이를 위해 선두에 서서 가장 고통스러운 길을 개척하는 운명. 인간의 힘을 아득히 넘어서는 존재와 맞설 운명. 진실로 전능에 가까운 자들과 마주할 운명. 그 어떤 타인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기적을 쌓아 올리는 운명.
자애로운 세상은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던 반면 생애는 무참하리만치 가혹했다. 힘을 가졌음에도 지킬 수 없었다. 등을 맡길 수 있는 자가 생기면 곧장 빼앗기고 말았다. 만남과 이별, 비애와 사랑, 믿음과 배신, 절망과 희망. 손아귀에서 채 붙들지 못하고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둔 것들. 앞을 바라보는 대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들.
당신은 그것조차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필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현실을 부정하지 않을 수 있는가?